여러분은 성경을 읽어보셨나요?
저는 안 읽어봤어요
일단 성경의 그 말투,
접근성이 너무 안 좋아요
장벽 너무 높아
그 말에 마침표 없지 않나요?
ㄱ리고 종이도 잘못 넘기면
두장 넘어가잖아요
근데 저 그런 느낌의 다이어리 종이 좋아해요
충분히 말리지 않으면 금방 펜이 번져버리는..
그래서 하루 쓰고나서 바로
에이 진짜 또 내년에 쓰겠네 하고
덮어버리게 되는 그런 재질 있자나요~ 왜ㅑ~~ 알죠?
암튼 저는 그래서 이런 저런 이유로
성경을 읽지는 않았는데
신곡이라든지...
뭐 영화 배울때라든지..
그럴 때 그냥 귓동냥 or 이차문헌 or 사람들의 해설로
대강 이런저런 내용들이겠거니 하고 알고 있었거든요
근데 제가 에드먼드 버크 책을 읽는데
아니 글쎄 이 양반이
아.... 존 밀턴의 실낙원은 진짜
아름다운 글이다 아주 난리난리를 치는 거여요
그래서 때잉~ 나는 성경도 안읽었는데
읽어도 되는교? 하면서 빌려 읽었는데
머랄까요
제가 좀 허세 기운이 있는 문창과 대학 교수인데
학부 1학년 첫 학기 수업에서 묘사에 대한 강의를 하고 싶은데
기강 좀 잡고 애들이 나 좀 우러러 봣음 좋겠다
싶을 때
자, 다들 존 밀턴의 실낙원
가져오세요
하고 나 잘난 맛에 자랑하면서 애들은 지루해 죽으려고 하는데
수업할 때 좋은 느낌?
욕 아닙니다 원래 1학년 1학기 대학생들은 슬램덩크로 수업해도 지루해하지
않나요?
암튼 그렇게 멋있는 글이 맞았다 이 말이야~
버크 요녀석~ 글 좀 볼 줄 아는구나~
저 지금 4편 읽는데
1편이 압도적으로 잼있음
4ㅍ편 정도 가면 이게 아무래도 서사시니까
서사가 쌓이잖아요
그러다 보니까 좀 이해하기 머리 아픔 ㅋㅋ
근데 1편은 그냥 진짜 그 묘사에 좀 심장이 눌리는
그런 느낌이 있습니다.
1편이 그 뱀 때문에 아담이랑 이브가 사과 먹어가지고
낙원을 잃게 된 전반적인 얘기를 하는데요,
진짜 묘사가 커요
제가 인용 좀 해보겠습니다. 흠흠
--우리 다 함께 의논하자, 앞으로 어떻게 하면 적에게
가장 많은 해를 입히고,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잃은 것을
되찾고, 어떻게 하면 이 참화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,
그리고 희망 있다면 어떠한 새 힘을 얻을 수 있으며,
희마 없다면 절망에서 어떠한 각오를 해야 하는지를.--
이건 사실 딱히 묘사는 아닌데
걍 좋아서 인용 ㅎ
아 여기있네요 정말 큰 묘사
--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왕은
해안을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. 그의 묵직한 방패,
육중하고 크고 둥근 하늘의 연장을
뒤에 걸머지고서. 그 넓은 원주는
달처럼 어깨에 걸쳐 있다....
그의 창, 이에 비하면 거대한 군함의 돛대로 쓰기 위해
노르웨이의 산에서 베어낸 키 큰 소나무도
지팡이 정도밖에 안 되는
그런 창을 짚고서 불타는 진흙탕 위를 걷는다.--
옛날 사람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길래
이런 얘기를 쓸 수가 있죠
저는 일기 쓰는 것도 힘든데;;
암튼 근데 이걸 읽는다고 성경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
서사시 문법에 익숙치가 않으니까
이게 내가 지금 어디를 읽는 건지 잘 모르겠음
근데 숭고미를 느끼고 싶다? 진짜 실낙원
최고의 선택, 추천합니다.
그리고 진짜 이건 별개인데
번역가 분, 신학 전공하셨던데
진짜 학자는 신학자인것 같아요
모든 단어에 주가 붙어있고 주마다 설명이 진짜 친절하게
다 돼있어요
아 이게 숙명을 받든 이의 태도인가?
증말 대단해...
설 연휴 잘 보내세용 여러분~
저는 숙명처럼 닭발 먹을 듯 |